— 외환시장 방어 전략의 실체와 남는 질문들 —
2025년 들어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돌파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심화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다시 한 번 NPS FX intervention(‘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과도한 쏠림 현상 완화”라는 정책적 목표가 강조되지만, 이번 조치는 단순한 단기 시장 안정 차원을 넘어, 국가 외환정책의 구조적 취약점이 그대로 노출된 사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본고는 최근 정부의 원/달러 방어를 위한 NPS FX intervention(‘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심층 분석하고, 그 운용 방식과 정책적 리스크, 그리고 장기적인 대안을 정책 당국의 시각과 시장 분석을 종합하여 다각도로 검토합니다.
1. 정부는 왜 ‘국민연금’을 선택했나: 외환 방어의 우회 수단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있어 직접적인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 사용을 지양하고 국민연금에 의지하는 이유는 ‘정치적 비용’과 ‘구조적 수요’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① 외환보유액 사용의 정치적 제약
한국은행이 외환보유액을 직접 투입하여 환율 방어에 나서면, 그 규모와 사용 사실이 국제적으로 공표됩니다. 이는 신용평가사나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외환 방어 체력이 약화되었다’는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반면, 국민연금은 공시 주기가 길고 대규모 자산 운용 실적에 개입 사실이 합산되어 드러나기 때문에, 단기적인 정책 개입 사실을 시장이 즉각적이고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적은 ‘우회 개입 수단’으로 국민연금은 최적의 선택지가 됩니다.
② 국민연금의 구조적 외화 수요 활용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해 매년 수십조 원 규모의 해외 자산을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구조적 외화 수요자입니다. 원화가 과도하게 약세인 시점은 이론적으로 외화 매입 타이밍이 불리하지만, 정부가 ‘시장 안정’ 명목으로 매입 시점을 조절하도록 요청하면 “필요한 외화 매입 수요를 방어 수단으로 전용하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즉, 국민연금의 본래 목적(해외 투자)을 정책 목표에 맞게 시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환율 안정 효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2. 국민연금이 실제로 동원되는 방식: 직접 매도보다는 ‘조율’
국민연금이 달러를 ‘직접 판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는 경우가 많으나, 실제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은 ‘조율(Coordination)’ 방식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① 외화 매입 시점의 후방 조정 (지연)
가장 많이, 그리고 은근하게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원화가 과도하게 약세(환율 급등)일 때, 국민연금은 해외 자산 매입을 위해 예정했던 달러 매입(원화 매도) 시점을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뒤로 미룹니다. 이로써 시장 내 달러 수요를 일시적으로 감소시켜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낳습니다. 이는 ‘은근한 속도 조절’을 통해 시장의 눈에 띄지 않게 개입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② 파생상품을 통한 포지션 조정 (선물환 매도)
국민연금은 파생상품(선물환 등)을 통해 외화 익스포저(노출)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선물환을 매도하면 장래에 달러를 공급하겠다는 계약이므로 실질적으로 단기적인 달러 공급 효과가 발생하여 환율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합니다. 다만, 국민연금이 본래 장기투자기관이라는 성격과 맞지 않으므로, 이 방식은 규모가 크거나 지속적인 개입 수단으로는 활용되기 어렵습니다.
③ 기획재정부와의 비공식적 조율
공식적으로는 “정책 당국의 개입 요청은 없다”고 발표되지만, 시장에서는 국민연금과 기획재정부 간의 암묵적인 조율이 존재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는 NPS FX intervention(‘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의 흔적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예측을 어렵게 만들어 개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3. 국민연금 투입의 문제점: ‘미래 세대의 비용’
NPS FX intervention(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 카드는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정책적 리스크와 딜레마를 안고 있습니다.
① 연금 자산 운용의 왜곡과 수익률 저하
원화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는 국민연금의 최우선 목표인 ‘장기수익률 극대화’와 명확하게 충돌합니다. 투자 시점을 정부 요청에 따라 바꾸거나 파생상품 포지션을 조정하면, 최적의 투자 시점을 놓치게 되어 궁극적으로 기대수익률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인 연금 자산운용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본연의 가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② ‘마켓 신호’ 왜곡과 투기적 공격 유인
정책 당국은 쏠림 현상을 방지한다고 말하지만, 거시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율을 인위적으로 눌러놓으면 자본시장은 “한국이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 그만큼 원화 약세 압력이 세다는 뜻”으로 해석합니다. 이는 오히려 투기적 세력에게 공격의 유인이 될 수 있으며, 일시적 효과를 넘어선 근본적인 환율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③ 미래 세대가 짊어질 비용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외화 자산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지금 원화 방어를 위해 외화 매입을 지연하면, 나중에 더 높은 환율에서 외화를 사야 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이는 ‘당장의 환율 안정’을 위해 ‘미래 세대의 연금 자산 손실 가능성’을 맞바꾸는 구조적 딜레마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4. 장기적 해법: 펀더멘털 개혁과 연금 독립성 확립
국민연금 투입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장기적 대안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개혁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① 구조적 개혁: 경상수지 및 투자 재편
지속적인 원화 약세는 단순 투기나 심리 때문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성장률 둔화, 수출 구조 변화, 설비 투자 부진 등 근본적인 구조적 요인에 기인합니다. 환율은 결국 펀더멘털로 수렴한다는 진리를 인정하고, 핵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재편하는 거시적 개혁이 시급합니다.
② 연금·정책 분리 원칙의 확립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민연금은 정치·정책 목적과 분리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법제화해야 합니다. 장기 투자 기관을 단기 안정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합니다.
📌 결론: 국민연금 투입은 ‘증상 완화제’에 불과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조율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화는 단기적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수 없습니다.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않는 한 환율 방어는 반복될 수밖에 없으며, ‘미래의 돈’을 단기 정책 목적에 활용하는 논란 역시 계속될 것입니다.
정부의 메시지는 “과도한 변동성 진정”이지만, 시장이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은 하나입니다.
“한국 경제는 왜 반복적으로 국민연금까지 동원해야 하는 환율 구조를 가지게 되었는가?” 이 구조적 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찾는 순간, 비로소 원화 안정의 실질적 길이 열릴 것입니다.
본 분석은 NPS FX intervention(‘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구조적 배경을 설명하고, 향후 환율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국민연금 외환시장 개입이 실제로 환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나요?
단기적으로 달러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속도를 완화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되지 않는 한 장기적인 환율 하락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파는 방식인가요?
직접 매도보다는 외화 매입 시점을 뒤로 미루거나, 선물환 포지션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간접 영향을 줍니다.
❓ 국민연금 개입이 연금 수익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나요?
정책 목적에 따른 매입 지연은 장기수익률 저하 위험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정책과 연금운용 분리’ 원칙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동원되는 것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 경제 구조적 문제(투자 부진, 경상수지 변동성, 산업경쟁력 저하 등)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이 반복되며, 정부는 즉각적 대응 수단으로 국민연금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